고(高)씨집안 이야기......
*고주몽, 태어나다
한 무제 사후 옛 조선의 땅에서 펼쳐지는 배달족의 저항 운동 이야기와, 장차 대제국 고구려의시조가 될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
1. 동명왕 고두막 기원전 87년은 북부여에 고우루高于婁 단제가 즉위한지 34년째 되는 해이자, 한 무제의 동방원정군에 의해 위만조선이 멸망하고 북부여가 난하에서 압록하 사이의 넓은 땅을 빼앗긴지20년째 되던 해였다. 천하를 움켜쥐고 놓지 않을 것만 같던 무제도 결국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쓰러지고, 한은 8살 소제가 이어받았다. 무제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곽광을 대표로 하는외척들의 세력과 상관걸, 상홍양 등의 조정중신 세력은 이미 시작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한과 흉노와의 싸움은 이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이미 한은 힘이 빠질대로 빠져있었다. 한의 오랜 무단통치에 분노하던 조선의 유민들에게 있어서는 지금만큼 좋을 때가 없었다. 당시 옛 위만조선의 땅이었던 배천裵川 지역에는 고두막高豆莫이라는 인물이 살고 있었다. 단군조선의 마지막 단제였던 고열가의 후손이라는 말이 있는 그는, 일찍이 북부여가 쇠락하고 한의 점령군이 무단통치를 자행하는 것을 보며 스스로 장군이 되어 의병을 모집, 한에 대한 저항 활동을 치밀하게 조직하여 끊임없이 펼쳐왔다. 위만조선 유민들의 대다수는 아무런 힘 없이 한사군의 태수들이 시키는 대로 일을 하거나, 아예 한반도로 남하해버리거나 했지만, 그들 중에서 한사군에 저항하는 세력이 아무도 없었을리 없다. 20년 동안, 그들은 여러 소규모 조직으로 활동하며 어둠 속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펼쳐왔을 것이다. 무제가 죽고 나서 한의 기강이 해이해져 한사군의 관리들이 흥청망청 즐기고 있는 이때, 그 동안 소규모로 펼쳐졌던 저항운동은 대대적으로 확대되려 하고 있었다.
- 모두들 모이셨구려. 먼길 험했을 텐데 다들 모여주셔서 기쁘오.
- 힘들긴 하였지만, 한나라 군사들의 감시가 전같지가 않아서 오히려 수월했소.
- 배달족 저항 세력의 지도자들은 모두 모인 것 같구려.
- 그래요. 무슨 일로 이렇게 다들 불러 모으셨소, 고 두령?
- 마침내 때가 왔소. 본격적인 거사를 알리고 여러분의 협조를 구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소.
- 때가 오다니? 거사라니?
- 사군 태수들에게 본격적으로 대항할 생각이오?
- 그렇소. 더 이상 산에 숨어서 기습하는 게릴라 전은 하지 않을 생각이오. 소규모 약탈만으로는 놈들을 이 땅에서 쫒아낼 수 없소. 이제는 본격적으로 군사를 일으켜 놈들과 싸울 때요.
- 어찌 그리 장담하시오?
- 최근 관리들의 기강이 문란해 진 것을 보면 모르겠소? 한의 무제가 죽었다 하오.
- 무제가? 그 지독한 침략수괴가 죽었다는 말이오?
- 그렇다고 하오. 게다가 그 후계자는 겨우 8살 먹은 애송이요.
- 권력을 둘러싼 한 황실의 암투가 치열해 지겠구려.
- 자연히 관리들의 기강은 해이해질테고.
- 황실의 권력 투쟁에 떡고물이라도 받아먹을까, 지방의 세력들이 속속 장안으로 모여들고 있다 합니다. 놈들을 몰아낼 절호의 기회요.
- 우리 힘으로 한군을 이길 수 있겠소?
- 지난 20년간의 싸움을 통해 무엇을 얻었소? 우리만큼 놈들을 잘 아는 세력은 없소. 싸움의 기술이나 전투의 기세나, 무엇 하나 우리가 놈들보다 부족한 것은 없소. 있다면 단 하나, 머릿수요.
- 모두 한데 뭉쳐서 싸우자는 거군요.
- 그렇소. 우리가 한데 뭉쳐 큰 세력을 이룬다면, 한군을 격퇴하는 것은 시간 문제요.
- 좋소. 우리는 힘을 합치겠소.
- 우리 세력도 힘을 합치겠소.
- 우리도 함께 하리다.
- 거사일은 앞으로 한 달 후, 장소는 이곳 배천으로 하겠소. 이곳은 산세가 험하고 비교적 구석진 곳이라 많은 사람들의 이동이 잘 감지되지 않는 곳이오.
마침내 그 해, 배달족의 저항이 시작되었다. 고두막의 지도 아래 한데 뭉친 저항세력들은 배천에서 일제히 한에 반기를 들고 관청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분노가 쌓였던 유민들까지 이들 세력에 가세하면서, 고두막의 세력은 대단히 강력해졌다. 성난 파도와 같이 덤벼드는 고두막의 군세에 해이해진 한군은 달아나기에 바빴다. 결국 그 해에 고두막은 임둔군, 진번군, 현도군 상은대현, 현도군 서개마현을 괴멸시키고 요하에서 단단대령 사이의 영토를 되찾는데 성공한다. 고두막은 한을 물리치고 동방에 빛을 밝힐 자라 하여 스스로를 동명東明이라 하였다. 그가 그때 나라를 세웠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기록상에는 동명왕 고두막한이라고쓰여있는 것으로 보아, 그가 이끄는 사람들에게 고두막한은 이미 절대적인 지도자였음을 알 수 있겠다.
2. 가섭원부여기 그해 10월, 동명은 북부여에 사람을 보낸다. 이미 한에 의해 크게 꺽인 뒤에 한껏 몸을 숙이고 눈치만 보고 있던 북부여에서는 자신들이 되찾아야 할 땅을 대신 되찾아버린 동명의 사자를 조금은 의문스럽게 맞아들인다.
- 어서오시구려. 그대가 구려句麗의 사자라고?
- 그렇습니다. 지금 저희 동명왕께서 차지하신 지역에 옛날 단군조선의 제후국이었던 고리국이 있어, 그 발음이 변형되어 지금은 구려라고 부르더군요. 그 땅을 차지했다 하여 우리를 구려족 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그래요. 저 무도한 한의 군사들을 몰아내고 배달의 강토를 되찾은 것에 대하여 찬사를 보내는 바이오.
- 그러십니까? 과연, 멍청하게 빼앗겨놓고서 힘이 없어 되찾지도 못하고 지켜만 보던 땅을 저희가 보란 듯이 대신 빼앗으니 기분이 어떠십니까?
- 뭐, 뭐라!
- 은근히 저희가 땅을 드리고 북부여의 세력 안으로 들어오길 바라시는 눈치인데, 안됐지만 저희 왕께서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으십니다.
- 이런 방자한 자를 보았나!
- 동명왕 전하의 전언을 알려드리지요. 북부여의 허수아비 단군께서는 앞으로 석 달 안에 도성을 비우고 북부여의 땅을 구려에 넘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무, 무어라고!
- 겁쟁이가 되어 한이 행여라도 다시 쳐들어올까, 북방에 숨어서 얼마나 추우셨습니까? 이제 따뜻한 나라로 옮기시지요. 배달의 강역을 되찾고 중원 황토인들과 싸우는 것은 저희 구려족이 맡을테니 말입니다.
- 당장 나가시오! 여봐라 무엇들 하느냐!
- 잘 생각하시지요? 동명왕께서는 배달 강토를 지키기는 커녕 빼앗긴 땅도 되찾지 못하는 당신들이 감히 대 단군 조선의 마지막 이름인 대부여라는 이름을 잇고 있는 것을 참으로 못마땅해 하십니다. 석 달 안에 결청치 못하시면 강제로 빼앗을 것임을 명심하시지요. 오면서 보니까, 북부여 군사들 군기가 참 대단합디다? 우리 속의 돼지들을 모아다 놓아도 그보다는 더 잘 정렬하겠던데. 하하하하!!
동명의 사자가 돌아간 후, 고우루 단제는 깊은 시름에 잠겼다. 조정 일각에서는 격분한 신료들이 전쟁을 외치고 있었으나, 북부여의 현실을 잘 아는 사람들은 결코 동명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였다. 끝나지 않는 논쟁을 지켜보는 것도 힘에 부치던 고우루 단제는, 기어이 병석에 누워서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그만 죽어버리고 말았다. 고우루 단제의 뒤를 이어, 북부여에 해부루解夫婁 단제가 즉위하였다. 단제가 바뀌었다하여 직면한 동명의 위협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동명은 그 후로도 계속 사자를 보내고 국경에서 무력시위를 펼치며 북부여를 압박하였다. 해부루 단제와 국상 아란불阿蘭弗의 고심은 깊어만갔다. 그러던 어느날, 해부루는 국상 아란불을 불러 꿈 이야기를 한다.
- 국상, 아무래도 이 땅을 동명에게 내어주어야겠소.
- 어째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되셨습니까?
- 꿈을 꾸었는데, 안파견 한님께서 나를 내려보시며 꾸짖는 것이 아니겠소.
- 무어라 꾸짖으셨습니까.
- 이 땅을 내가 나라를 세우기로 작정한 나라인데, 어째서 네가 도읍을 정했느냐면서 크게 화를 내셨소. 그러면서 당장 도읍을 옮기라고 하시는 것이 아니겠소. 아무래도 무리를 이끌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좋을 듯 싶소.
- 그렇사옵니까. 실은 소신도 꿈을 꾸었나이다.
- 오, 그래요? 국상께선 어떤 꿈을 꾸셨소?
- 저도 꿈 속에서 안파견 한님을 뵈었습니다. 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동쪽으로 더 가면 가섭원迦葉原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 땅이 사람이 살만하고 바다와 육지의 이익이 골고루 있으니 그곳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 그래요? 이것은 안파견 한님의 뜻임에 틀림없구려. 국상은 즉시 사람들을 보내어 가섭원이라는 곳으로 가는 길과 그곳의 정보를 알아보시오. 정보가 모이는 대로 판단하여 곧 떠납시다.
기원전 86년, 마침내 북부여의 해부루 단제는 아란불의 건의에 따라 무리를 이끌고 동쪽으로 이동하여 가섭원에 도읍을 세우니, 이를 가섭원부여 또는 동부여라고 한다. 해부루를 몰아낸 동명은 이내 북상하여 장당경을 차지하고 스스로 북부여 제 5대 단제의 자리에 올랐다. 구려 무리들은 동명을 따라 북상하여 북부여의 땅에 들어선 자들도 있고, 요하와 압록하 사이의 지역에 남은 자들도 있었다. 동부여는 북부여에 복속하면서 속국이 되어 더 이상 단제의 칭호를 쓰지 못하였다. 동명 단제는 그 후로도 대한 무력 투쟁을 계속하며 그 해 8월에는 한과 요하 상류에서 여러 차례 전투를 벌이기도 하였다.
2. 해금와 한편, 동명에게 복속하고 가섭원으로 쫒겨난 해부루는 처음에는 마음이 편치 않았으나, 이내 가섭원의 기름진 땅에 매료되었다. 기원전 84년에 해부루는 아란불을 시켜 구휼제도를 만들어 백성들을 위로하고 들의 개간과 경작을 적극 장려하였다. 아란불과 해부루의 눈물겨운 재기 노력에 힘입어 동부여의 땅은 날로 번성해갔고 백성들은 정춘正春의 노래를 지어 불렀다. 어느날 해부루 왕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후계자 문제였다. 늙도록 슬하에 아들이 없던 해부루는 하늘에 빌기를 반복하다 종내는 산천에 큰 제사를 지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아들이 없던 해부루 왕에게 어느날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날도 아들을 얻기 위한 제사를 산천에 지내고 가섭원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곤연鯤淵이라는 지역에 이르러 갑자기 해부루가 타고가던 말이 멈추어 서서는 큰돌을 마주보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 허어, 이 말이 왜 이러는가? 참으로 괴이한 일이로구나. 여봐라! 저 돌을 한번 치워보도록 하여라! 신기하게 여긴 해부루 왕이 그 돌을 치우게 하자, 놀랍게도 그 아래에는 한 아이가 누워 있었다. 해부루는 그 아이를 보며 몹시도 기뻐하였다.
- 호오, 이리도 신기한 일이 있는가! 이는 틀림없이 하늘이 나에게 좋은 아들을 주신 것이로다!
기록에 의하면 그 아이의 모양이 마치 금색의 두꺼비와 같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해부루 왕은 아이의 이름을 금와金蛙라고 짓고, 아이가 장성하자 이내 태자로 삼았다. 해금와의 탄생에 대한 설화는 익히 알려져 있는 것이나, 그 연도에 대해서는 조금 이견이 있다. 환단고기에 따른 해금와의 탄생 연도는 기원전 77년으로, 유화부인이 고주몽을 잉태한 것이 기원전 79년으로 되어있다. 쫓겨온 유화부인을 맞아준 것이 금와왕이었으며, 주몽을 핍박하여 쫓아낸 것이 금와왕의 아들인 대소태자라는 삼국사기의 기록과 비교하면 무려 한 세대 가까이나 시간 차이가 나는 것이다. 심지어 주몽의 나이가 금와보다 많게 된다. 삼국사기에서는 해부루 왕이 금와를 얻은 것은 가섭원으로 옮기기 전이라고 되어 있어 유화부인을 맞아 준 것이 금와왕이었다는 기록과는 잘 들어맞는다. 과연 무엇이 옳은 기록인지는 현재로서는 알 방도가 없다. 이 글에서는 해부루가 금와를 얻은 시기를 가섭원으로 옮기기 전으로 가정하려 한다. 삼국사기의 기록과 맞추기 위해서는 주몽 탄생 연도를 더 훗날의 일로 가정하거나 금와 탄생 연도를 더 전의 일로 가정해야 하는데,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한 연도가 기원전 58년이므로, 주몽 탄생 연도를 뒤로 미루는 것은 무리가 있다. 채 스물도 안된 소년이 나라를 세운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는 일이 아닌가.
3. 유화 부인 기원전 75년은 한에게 있어서는 대반격의 해였고, 북부여에게 있어서는 참담한 패배의 해였다. 기원전 81년 염철회의가 열렸을 때 황제의 마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과시한 곽광은 이듬해에 연왕燕王 단旦의 모반 사건을 계기로 상홍양과 상관걸 등을 제거하고 정권을 장악했다. 그동안의 권력 투쟁으로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아 나라를 추스린 곽광은 이제 본격적으로 한을 공격한 동명에 대한 역습을 시작하였다. 그 해, 한은 북부여에 대대적인 공세를 펼쳐 잃었던 많은 영토를 수복하고, 그 지역에 대대적인 행정구역 개편을 실시한다. 그 결과 기존의 한사군과 다른 행정 기관들이 들어서, 그 지역에는요서군, 요동군, 우북평군, 그리고 낙랑군 동부도위와 남부도위가 설치되었다. 북부여가 그렇게 한과 국경에서 하루하루 피 말리는 전투를 치를 무렵,,,,,, 시간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기원전 79년이다. 동명 단제의 손자 중에는 고모수高慕漱라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어찌나 사람들 앞에서 과시하는 것을 좋아했는지, 다섯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에 올라타고 화려한 옷으로 치장하고 다녔다. 마차를 끄는 말들도 화려한 옷감으로 꾸미고는 자신의 마차를 오룡차라 불렀으며, 자신은 북부여를 세운 해모수의 현생이라고 주장하고 다니는 등 (후에는 아예 그냥 자신이 해모수라고 소개하고 다녔던 듯 하다.) 그는 대단한 허풍쟁이였던 것 같다. 고모수의 본명은 고불리지高弗離支로, 고진의 손자라는 이야기도 있다. 제법 인물은 반반했던지 그가 화려한 옷으로 치장하고 자칭 오룡차를 타고 다닐 때면 북부여의 처자들은 모두 꺼뻑 죽어 넘어갔으니, 고모수, 그야말로 희대의 카사노바가 아닐 수 없었다. 하늘은 화창하고 기온도 따뜻하던 어느날, 그날도 고모수는 오룡차를 몰고 멀리 나들이를 나가던 중이었다. 이곳 저곳을 기웃대던 고모수가 강가에 이르렀을 때, 그런 그의 눈에 딱 걸린아리따운 처녀들이 있었으니, 카사노바 고모수가 결코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 오, 오, 오, 베이베~ 아름다우시군요.
- 어맛! 누.. 누구세요?
- 저는 천제의 자손 해모수라 합니다. 이 근처에 유람을 나온 길이지요. 아리따운 아가씨들은 누구십니까?
- 아.. 저희들은 모두 자매들이예요. 저희 아버지는 이 근방에서 가장 세력이 큰 부족의 지도자이시구요.
- 아, 그래요? 아버님의 존함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 예... 아버지의 성함은 하백이십니다.
- 하백..? 아아, 이 일대에서 수신이라고 불리시는 그 하백님 말씀이시군요?
- 예에...
- 하하하! 이거, 이런 귀한 분들을 뵙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 ...
- 우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함께 담소라도 나누었으면 합니다마는. 잠시 저희 일행과 함께 어울려 다과라도 즐기지 않으시겠습니까?
(뭐, 초반에야 이리저리 안 된다고 해 보았겠지만, 어디 뺀다고 보내주면 그것이 카사노바던가?우리의 고모수, 아름다운 자매들을 기어이 붙들어 자신의 마수를 펼치지 시작한다. 인물 끝내주는 미청년과 함께하는 다과니, 처녀들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어느덧 해를 기울고 기울어 땅거미가깔리기 시작하였다.)
-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 왜, 벌써 가시려고요?
- 예, 너무 늦어 저희는 그만 가보아야 할 듯 싶습니다. 오늘의 후한 환대는 잊지 않고 보답하지요.
- 이런이런, 이대로 가신다니 너무 아쉽구려. 함께 더 즐기다 가십시다. 이 일대의 밤하늘이 그렇게 장관이라 하던데 말이오.
- 해모수님, 말씀은 고마우나 곤란합니다. 가보아야 겠습니다.
- 허허, 왜들 이러시오. (본능에 충실해~ 어디 고모수가 한번 문 먹이를 쉽게 놓아줄 위인이던가. 그가 이렇게 못 보내겠다 우기며 버티자 자매들의 마음도 불안해졌다. )
- 언니, 유화 언니, 어떻하지?
- 그래 정말 곤란한 상황이 되었구나.
- 얘, 유화야, 네가 우리 자매들 중 가장 명석하니 네가 이 상황을 타개할 묘책을 생각해보렴. 저분이 도저히 우리를 보내줄 것 같지가 않구나.
- 언니, 저라고 별 수 있겠어요?
- 언니들, 점점 날이 어두워져요. 나 무서운데...
- 어머, 저것봐. 해모수님의 표정이 무섭게 변하고 있어! 어머!
- 꺄악! 도망치자! (이리하여 난데없는 초저녁의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아무리 빨리 달리기로소니, 일반적으로여성들의 달리기 속도가 남자들보다 빠를턱이 없지 않은가. 도망치는 자매들을 쫒아나선 고모수는 이미 다과 자리에서 마음에 담아두었던 유화를 쫒아가 그대로 들쳐 업고는 자신의 막사로 돌아왔다.)
- 꺄악! 뭐하는 짓이예요! 이 짐승! 늑대!
- 워워 베이베~ 이렇게 잘 생긴 짐승을 보셨소? (웃흥~♡ 결국 그날 밤, 고모수는 막사 안에서 온갖 감언이설로 유화를 꼬드겨 관계를 맺는데에 성공하고야 말았으니, 카사노바 앞에 돌부처되기가 쉬운 것이 아니구나. 그렇게 하룻밤을 같이 보낸 두 남녀. 고모수는 평소처럼 하룻밤 잘 즐기고 집으로 다시 떠날 생각이었지만 유화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 어디 가시옵니까? 서방님.
- 서, 서방? 어, 엇흠! 아, 내가 좀 바쁜 사람이라 말이오. 어젯밤에 본가에서 전령이 오지 않았겠소. 본가에서 나를 급히 찾는다 하니, 내 속히 가보아야 할 듯 싶구려. 그 금방 다녀오리다.
- 아무리 급한 일이 있기로서니, 인륜지대사를 맺은 후에 부모님도 찾아뵙지 못한단 말입니까. 저는 서방님을 따라나서면 다시 친정에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니, 아무리 바쁜일이 있으셔도 우선 저희 부모님을 함께 뵙고 인사드리러 가시지요.
- 어헛, 참 이거 바쁘대두... (고모수, 딱 물렸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유화를 따라 하백족의 마을로 가게 된 고모수. 이미 어젯밤 도망쳐온 딸들의 이야기를 통해, 하백은 자신이 가장 아끼던 딸이 중매도 없이 처음 만난 외갓남자와 정을 통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놈을 찾기만 하면 뼈를 갈아 마시리라고 장담을하였던 그지만, 상대가 천손인 해모수라는 사실을 알고 일단 수그러들었으며, 직접 그를 만나고나서는 그의 미려한 외모에 그만 화가 스르르 풀리고 말았다.)
- 유화는 내가 가장 아끼는 딸이라오. 참으로 영특한 아이지. 이 아이가 이런 훌륭한 사윗감을 만나 결혼을 한다는 데, 내 어찌 기쁘지 않겠소이까! 허허허허!
- 아... 예....
- 일단 화려한 결혼식을 올리고, 이후 삼 일 동안 성대한 피로연을 열 것이니, 마음껏 즐기다 가시구려! 여봐라! 당장 잔치를 준비하라!( 상황이 이렇게 까지 꼬여 버리자 하룻밤 즐기고 가려던 고모수는 크게 당황을 하고 만다. ' 내가 여기서 이 여자에게 붙잡혀 앞으로 평생 다른 여자는 즐기지도 못하고 살아야 한다니, 그건 말도 안 되지! 결혼식을 치르고 다들 술에 골아 떨어졌을 때 재빠르게 도망쳐야겠다.' 그러나 나이에서 우러나는 경험을 속일 수 없는지라, 그런 고모수의 계략을 하백은 순식간에눈치채어 버리고 말았다. ' 저 녀석, 표정을 보니 그저 아무 여자나 꼬셔서 즐기고 돌아다니는 집안 좋은 난봉꾼이구만. 흥, 네놈이 지금까지는 그렇게 많은 여자들을 울렸을 것이나, 내 딸 만큼은 울리지 못할 것이다! 건드렸으면 책임을 져야지! ' 그리하여 우리의 노련한 하백은 결혼식이 끝난 후에 일부러 잠드는 약을 탄 술을 고모수에게 먹여 축 늘어지게 만들고는, 야밤에 몰래 큰 자루를 준비하여 유화를 부른다.)
- 얘야. 내 아무래도 이 해모수라는 남자가 의심스러워 이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었구나.
- 예, 아버지.
- 네 신랑은 약에 취해 곤히 잠들었으니, 너는 네 신랑과 함께 이 큰 자루 속에 들어가거라. 아비가 이 자루를 밖에서 묶고 너희를 오룡차에 실을 것이다. 마부가 없더라도 말들이 길을 기억할 터이니, 너는 무사히 시댁에 갈 수 있을게다.
- 예.
- 영 못미더운 신랑이지만, 그래도 가서 잘 살거라. 자, 들어가거라!
(그리하여 유화와 고모수는 거대한 자루속에 담긴채로 오룡차에 실려 북부여 황궁을 향해질주하기 시작했다. 얼마를 잤을까. 한참 마차가 달리던 와중에 정신을 차린 고모수는, 자루 속에 같힌 자신의 꼴을보고 대번에 상황을 판단했다. ' 이거, 잘못하면 경을 치겠군. 당장 빠져나가야겠다! ' 그러나 치밀한 하백이 미리 칼이나 날카로운 물건들은 모두 빼버린 상황이라 고모수는 자루 밖으로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온 몸에 식은 땀을 흘리며 두리번 거리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유화의 머리에 꽂혀있는 비녀였다.)
- 잠시 그 비녀를 좀 빌려야겠소.
- 예? 무엇을 하시려 하옵니까?
- 일단 빌려주시구려. 고모수는 비녀를 이용하여 자루를 순식간에 찢어버리고는 탈출에 성공, 황급히 오룡차를 멈추게 하고 유화를 수레에서 내리게 하였다.
- 서방님, 왜 소첩을 내리라 하시옵니까.
- 내 그대와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본가의 일이 워낙이 막중하여 함께 갈 수가 없구려. 내 후에 다시 와서 그대를 데려가리다. 그럼.....
- 서방님! 서방님!
결국 고모수는 그렇게 떠나서 다시는 되돌아 오지 않았다. 밤을 새워 동틀녘에 발이 부르터서돌아온 딸을 맞은 하백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난봉꾼과 놀아나 집안 망신을 시켰다며 그 길로 유화를 쫒아 내었다. 유화는 울며불며 용서를 빌었으나 이미 하백의 마음은 굳게닫 혀버린 후였다.
5. 고주몽 그렇게 유화는 몇명의 시녀만을 거느린채 정처없는 길을 떠나게 되었다. 운명의 장난인지, 그 하룻밤의 관계로 유화의 뱃속에는 아이가 들어앉아 배는 갈수록 불러왔다.
- 정말 내 신세가 처량하구나... 갈수록 몸은 무거워 오는데 어디로 간단 말이냐.
- 아가씨, 동쪽에 가면 가섭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크지도 강하지도 않으나 평화롭고 조용한 왕국의 수도라 하옵니다. 동쪽으로 향하여 그곳에서 해산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그래, 네 말대로 하자꾸나. 어디로 간들 내가 무얼 안단 말이냐.
동부여로의 여행을 떠난 유화 일행. 갖은 고생을 겪으면서 간신히 가섭원 근처에 이르렀을무렵, 이 만삭의 여인과 일단의 시종들로 구성된 희한한 집단은 마침 사냥을 나왔던 동부여 금와왕의 일행과 마주치게 된다. 사람이 좋고 어질기로 소문났던 금와왕은 즉시 유화 부인을 데려다가 극진히 살피도록 하였으며, 종래는 그녀를 자신의 후첩으로 삼았다. 유화 부인은 그런 금와왕의 따뜻한 보살핌 덕에 무사히 아이를 출산할 수 있었다. 다른 기록에는 하백이 유화를 구석진 방에 감금하고 찾지도 않다가, 우연히 지나가던 금와왕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설도 있다. 잘 알려진 이야기와 같이, 유화 부인은 황금빛의 알을 낳고, 이를 해괴하게 여긴 금와왕이 여러 차례에 걸쳐 알을 파괴하려 하였으나 알은 하늘의 보호를 받아 무사히 부화하여 한 사내 아이가 태어난다. 사람이 실제로 알에서 태어났을 리는 없고, 아마도 후세 사람들이 건국 시조를 신성화 하기위해서 그런 설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알에서 태어나는 것은 대단히 신령스럽게 여겨져, 대다수의 고대국가 건국 시조의 설화에는 모두 알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이의 어릴 적 이름은 무엇인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 아이는 말도 남들보다 빨리 깨치고걸음마도 더 빨리 배우는 등, 남들보다 어린 시절부터 영특했다고 알려진다. 그리고 7세 되던 해에 벌어진 한 작은 사건이 그의 이름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는 그날도 베틀에 앉아 베를 짜는 유화 부인의 곁에서 놀고 있었다. 유화는 그런 아이가 너무도 귀여워서 베를 한 번 짜고, 아이를 한 번 보고 하며 입가에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그런데 그녀의 베짜기를 방해하는 것이 나타났으니, 그것은 바로 파리였다. 웬 파리가 한마리 날아 들어와서 앵앵거리며 유화 부인을 귀찮게 하였던 것이다. 이를 본 아이가 유화 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어머니, 활과 화살은 어떻게 만들죠?
- 활과 화살은 왜 만들려고 하니?
- 저 파리가 저리도 귀찮게 구니, 활로 쏘아 잡으려고요.
- 뭐? 호호호호 무슨 파리를 활로 쏘아 잡니? 그냥 손으로 쳐서 잡으면 되지.
- 아녜요, 활을 만들고 싶어요. 다른 형님들이 활을 쏘는 것을 보니 제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단 말이예요.
- 호호호호, 그래 알았다 알았어. 하지만 위험하니가 조심히 가지고 놀아야 한다?
유화 부인은 재료를 가져다가 아이에게 활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아이는 똑똒하게도 금방 방법을 이해하였으며 이내 자신에게 꼭 맞는 활과 화살을 만들어 내었다.
- 어쩌면, 영특하기도 하지.
- 자, 이제 이걸로 저 파리를 잡을 거예요. 아, 마침 저기 베틀에 앉았군요.
- 호호호, 한번 잡아보렴.( 휘익. 탁. 그리고 찰나의 정적....)
- ... 세상에, 진짜로 활을 쏴서 파리를 잡다니!
그때부터 아이는 활을 들고 다니며 자신의 활쏘기 실력을 과시했고, 사람들은 그의 천재적인 활쏘기 실력에 경악을 하였다. 당시 동부여에서는 활을 잘 쏘는 사람을 일컬어 주몽朱蒙이라하였기에, 아이는 어릴 적부터 주몽이라는 말로 불렸고, 종래는 그것이 아예 그 아이의 이름이되었다. 고주몽高朱蒙, 대제국 고구려의 시조가 된 위대한 젊은이가 바로 이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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